연말을 맞아 야구와 관련된 송년모임이 많다. 하나같이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 대한 성토장이다.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의 험담이 오간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37년 동안 12명의 KBO 총재가 거쳐 갔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비난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
단언컨대 정운찬 총재는 더 이상 프로야구 수장으로서의 권위를 지킬 수 없다. 야구인들로부터 신망을 완전히 잃었으며, 총재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어야 할 이사회(10개 구단 사장)로부터 외면당했다.
KBO 사무국은 조직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취임 1년 동안 야구발전은 커녕 퇴보만 있었다. 관중은 5년 만에 줄었다. 야구계는 분열됐고, 웃음거리가 됐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정운찬 총재는 더 추락하기 전에 물러나는 것이 맞다.
정운찬 KBO 총재가 리더십을 상실했다. 정 총재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따지고 보면 정운찬 총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프로야구 산업화를 강조하며 취임과 동시에 KBO 조직을 2원화시켰다. 중계권과 마케팅 사업을 담당하는 KBOP를 사무국에서 완전 분리시킨 것이다. 이전까진 사무총장이 KBOP의 대표를 겸했지만 정 총재 부임 후 KBOP 대표를 따로 뒀다.
사무총장의 권한을 대폭 약화시킴으로써 KBO 내부의 분열을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KBO 사무국은 KBOP 포함 30여 명의 직원으로 이뤄진 크지 않은 조직이다. 이들은 길게는 3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이로 그 결속력이 매우 끈끈한 조직 특성을 갖고 있다. 정운찬 총재는 이런 특수성을 간과한 채 외부에서 수혈한 사무총장과 KBO에서 잔뼈가 굵은 KBOP 대표이사를 대립구도로 만들었다. KBO 업무 성격상 사무국과 KBOP가 양립할 수 없거늘 인위적으로 갈라놓음으로써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로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했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의 자진사퇴 사건은 정운찬 총재가 KBO를 떠나야 할 가장 큰 이유다. 국가대표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끝나기 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정운찬 총재를 찾아 “딱 10분만 KBO 기자실을 사용하도록 해 달라”고 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정운찬 총재, 그리고 KBO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
감싸 안아도 모자랄 국가대표 감독을 향해 독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개인적 견해’라고 발뺌했다. 아군을 향해 총질을 해놓고도 사과는 없었다. 선동열 전 감독은 피눈물을 흘렸다.
‘필요 없다’던 국가대표 전임감독은 이사회에 묵살됐다. 기술위원회가 부활됐다. 이에 대해서도 아직 일언반구 없다. 기술위원회는 그 폐해가 심해 없어진 기구다. 오죽했으면 기술위원회를 ‘야구계의 청탁창구’라고 불렀을까. KBO가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없어진 기구가 다시 살아난데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지금 KBO가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정운찬 총재는 없다. 그가 구상한 KBO의 그림과는 전혀 다르게 가고 있다. 리더십을 상실했다. 선택은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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