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원동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31일 “이번에야말로 이혼을 꼭 해야겠다”며 변호사 사무실을 두드렸다. A씨는 “더 이상 장인·장모와 한 가족으로 살고 싶지 않다”며 “나도 어머니 아버지의 귀한 ‘아들’”이라고 울먹였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결혼 전부터 A씨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장인·장모는 결혼 이후에도 수시로 예고 없이 집을 찾아와 간섭과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큰 집에서 살았던 딸인데 아파트 평수가 너무 작다”는 것에서부터 매번 A씨의 월급과 상여금, 진급 계획 등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한숨’을 쉬었다.
장인은 “남자가 능력이 없다”는 등의 폭언도 일삼았다. 손아래 동서의 ‘재력’과 비교하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장인·장모가 집을 한 번 찾았다 가면 어김없이 부부싸움을 했다. A씨는 “이번 설 연휴에도 장인이 본인 집에 먼저 들러서 며칠 자다 가라고 하더라”며 “그 며칠 동안 장인·장모의 폭언과 시선을 버틸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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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물론 남편도 ‘차별 힘들다’며 이혼 상담
변호사 업계에서는 설 연휴를 ‘이혼 시즌’이라고 부른다. 명절 연휴가 끝나면 이혼을 상담하려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시댁에 대한 불합리한 대우에 지친 아내의 이야기는 ‘스테디셀러’다. 최근에는 처가의 차별 발언에 지쳐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남편들이 크게 늘었다. 신미숙 변호사는 “최근에는 오히려 아내보다 남편들이 이혼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직후에는 ‘시댁을 먼저 가나, 처가를 먼저 가나’로 인해 싸움이 커져 이혼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남녀 모두 외동인 경우가 많고 아내들의 교육 및 사회 참여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왜 꼭 시댁을 먼저 가야 하느냐”는 아내들의 성토에 남편들도 ‘논리적 답변’을 내놓을 수 없어졌다. 결혼 4년 차의 직장인 김모(37) 씨는 "아내 말이 맞다는 것을 아는데 시댁 말고 처가를 먼저 가면 안 될 것 같다"며 "부모님께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난감하고 아내를 설득할 말을 찾지도 못해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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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 먼저’ 이성적으론
OK
, 감정적으론
NO
신 변호사는 “요즘은 아들·딸 없이 워낙 워낙 아내들도 부모에게 귀하게 대접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처가에 먼저 가자’는 요구를 하게 된다”며 “요즘 젊은 남편들도 이성적으로는 꼭 시댁을 먼저 가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본가를 먼저 가야 한다고 생각해 이해가 충돌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명절 때의 어찌 보면 ‘소소한’ 싸움이 결국 과거의 싸움과 서운함까지 소급해 이혼으로 번지게 된다”고 말했다.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회성 폭언이 바로 이혼 사유로 인정되긴 어렵다. 지속적으로 폭언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김영미 변호사는 “직계존속의 비하나 차별 발언으로 혼인을 지속할 수 없으면 이혼이 인정된다”며 “다만 그 비하나 차별 발언이 혼인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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