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삼성 무죄, 개털 노동자 유죄

재벌 삼성 무죄, 개털 노동자 유죄

윤손하2 0 265

밑에글은 2010년에 작성된 글입니다. 글 마지막에 보면  " 최 차장이 글 끝에 “도청을 하려면 하라지요. 미행을 하려면 하라지요” 하고 자조적으로 썼어요. 하지만 최 차장은 무사합니다. 삼성 노동자들이 과거에는 단순히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라며 희망적인 말을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현재 그들은 조직스토킹 범죄로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가고 있습니다. 과거엔 직원들을 동원해서 감시,미행하며 강금,납치하다가  자꾸 걸리니까 이젠 이웃을 매수,협박하여 조직스토킹 범죄로 사람을 경제적,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심리적으로 고문을 하면서 말려죽이고 자살로 위장하여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외부에 알릴 경우 정신병자로 몰아가면서 사회적으로 외면받도록 조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친놈의 헛소리가 아니고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2019년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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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0일


[특집 강좌_일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재벌 삼성 무죄, 개털 노동자 유죄

김성환(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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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해고자


삼성을 생각한다》를 쓴 김용철 변호사 아시죠? 김용철 변호사는 주로 세금 포탈이나 주가 조작 같은 삼성의 부패와 비리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저는 삼성 노동자들의 실상과 이른바 ‘무노조 경영’의 실체, 그리고 제가 삼성하고 15년 동안 싸우고 있는 까닭을 말씀드릴게요.


저는 1996년에 삼성의 계열사인 이천전기에서 해고됐습니다. 이천전기에는 어용 노조가 있었고, 저는 노사협의회 위원이었죠. 이천전기는 발전기 모터 펌프나 대형 변압기를 만드는 회사였어요. 삼성이 이천전기를 인수한 것은 민영화될 예정이었던 한국중공업(지금의 두산중공업)을 인수하려는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에는 중전기 계통의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이천전기를 토대로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려고 했죠.


그런데 IMF 외환 위기가 터져서 삼성의 계획이 어긋나 버렸습니다. 재벌들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 상호 지급 보증, 중복 투자 등이 외환 위기의 원인이라는 사회적인 지탄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한국중공업을 인수하기 불가능해지니까 이천전기를 퇴출시키기로 했습니다. 외환 위기를 불러온 데 대한 반성의 의미로 자체 개혁을 한다고 4개 계열사, 대도제약, 한일전선, 삼성시계, 그리고 이천전기를 퇴출시키면서, 이천전기에서만 천 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정리 해고 했습니다.


제가 해고된 것은 그보다 전인데, 그것은 이른바 ‘삼성의 국가보안법’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국가보안법과 똑같아요. “불법 단체 구성, 불법 홍보물 배포”가 죄였습니다. 삼성이 이천전기를 인수했을 때 우리 현장 노동자들은 참 좋아했습니다. 근로 조건도 좋아지고, 상여금도  월급도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1년도 안 돼서 환상이 다 깨졌습니다. 구조 조정 이야기가 나오기에 고용을 보장받자고 소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출퇴근 시간에 홍보물을 배포했는데 그것 때문에 징계를 받아서 해고됐습니다. 처음에는 한 석 달만 싸우려고 했어요. 한 석 달 싸우면 뭔가 결과가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석 달이 1년이 되고, 1년이 3년이 되고, 이렇게까지 세월이 흘렀습니다.


삼성해복투에서 삼성일반노조로


그런데 전해투(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삼성에서 해고된 노동자가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정리 해고를 통해서 6만 명 정도가 잘렸어요. 삼성전자 같은 경우는 2만 명 정도가 잘리고. 그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잘렸는데도, 노동자들이 현장 안에서 투쟁한 것은 이천전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생명 정리 해고자가 1,700명쯤 됐습니다. 정리 해고 과정도 정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골방으로, 동네 다방으로 불러서 협박하고, 사내 부부나, 야간 대학 다니는 분들, 또 임신한 분들한테 비열한 방법으로 퇴직을 강요했습니다. 근데 삼성 노동자들은 자기가 노동자라는 생각이 없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몸뚱이는 노동자인데 머리는 ‘이건희’입니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전국적인 모임을 갖고 싸워 온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생명, 삼성SDI, 이천전기, 삼성중공업 등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모여서 2000년 2월에 삼성해복투(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만들고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근데 투쟁하면 할수록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는 게 아니라, 고소 고발만 늘어났습니다. 툭하면 업무 방해, 툭하면 집시법 위반. 저희들이 처음에 집회할 때는 이건희 회장한테 하소연하듯이 발언을 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억울하니까 이건희 회장이 귀를 좀 열고 사정을 들어 달라는 식이었죠. 그러던 사람들이 숱한 고소 고발에 탄압을 당하면서 “삼성 족벌 이씨 일가 해체하라! 박살내자!” 하는 사람들로 바뀌어 갔죠.


2003년에 삼성일반노동조합을 건설했습니다. 삼성일반노조는 초기업 단위 노동조합입니다. 삼성의 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계열사와 하청 업체의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비밀리에 설립했습니다. 설립 인가증을 받고 나서, 해고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했습니다. 그때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었는데, 해고자, 실업자도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판결이 났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규약을 개정했는데, 시청에서 바로 규약에 문제가 있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삼성일반노조가 법외 노조로 있습니다.


휴대 전화 위치 추적 사건

제가 1997년에 테러를 당했습니다. 복직 투쟁을 할 때였는데, 제가 탄 오토바이를 승용차가 뒤에서 들이받았습니다. 쓰러지면서 한 놈이 웃고 있는 건 봤는데, 그 다음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한참 뒤에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까 오토바이는 박살이 났는데, 저는 다행히 여기저기 뻐근하고 다리 인대가 나간 정도의 가벼운 부상만 입었습니다. 그런 일을 당하자 지인들이 걱정된다고 휴대 전화를 사 주시더군요.


근데 2000년에 삼성해복투를 만들어서 활동한 뒤부터, 어느 지역에 가면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회사 사원이나 인사과 직원한테서 꼭 전화가 와요. “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거기 부산터미널이죠?” 하면 저는 속으로는 ‘이 새끼들, 어떻게 알았지?’ 하면서 겉으로는 여기 서울이라고 거짓말을 하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휴대 전화를 꺼 놓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예 배터리까지 빼놓고 다녔죠. 첩보 활동 하듯이 했습니다. 확신은 없었지만, 휴대 전화가 문제였다고 생각했어요.


2004년 2월에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한 달에 518시간이나 일하다 돌아가셨습니다. 하루에 17시간 넘게 일한 겁니다. 가족들은 분명히 과로사라고 생각하는데 회사는 개인 질병이라고 몰아붙여서, 유족들이 저한테 연락을 해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저는 휴대 전화를 꺼 놓고 다니니까 그 유족분의 휴대 전화를 추적한 거예요. 어차피 제가 이분을 만날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 유족분이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저는 친구찾기에 가입할 줄도 모르고 그럴 까닭도 없는데, 내가 친구찾기에 가입됐다면서 상대편 번호가 뜨고 내 위치를 알려 달래요.”


그래서 각 계열사 노동자들한테 이 사실을 알리고 그 메시지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 증거로 보관한 뒤에 거꾸로 추적했습니다.  통신사를 통해 조사해 보니, 위치 추적을 신청한 사람이 2004년 5월까지 요금을 낸 기록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전남 담양에 산다는 걸 알아내서 내려가 보니까 2003년 8월에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죽은 사람 명의를 도용해서 위치 추적을 한 거죠.   그래서  2004년 7월 13일에 검찰에 고소했는데 8개월이 지나도록 조사를 안 하는 거예요 그동안 삼성에서는 고소에 참여한 현장 노동자들을 집중적으로 회유하고 탄압했습니다.  ‘1미터 그림자 미행’ 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집에서 나올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화장실이고 식당이고 간에 졸졸졸 따라다니는 거예요. 결국 현장 노동자들이 한 명만 빼고 다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한 8개월 만에 검찰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휴대 전화 위치 추적을 한 건 사실이지만 이건희 등은 혐의 없다는 식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그리고 한 일주일 뒤에 제가 명예 훼손으로 구속됐어요. 그래서 3년 가까이 감옥살이를 하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위치 추적을 누가 했는지 제보를 모아서 고소를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는 ‘공소 시효 만료’였습니다 . 위치 추적한 놈들이 누군지 찾아서 주소에 직장까지 다 알려 줬는데도 그렇습니다. 한 놈은 지금 삼성SDI 천안공장에서 매점을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죄를 지을 때 앞장서서 움직이는 놈들한테는 퇴직하면 평생 먹고살 만한 돈을 주거나 매점 운영권이나 파견 업체를 하나 준대요 .


올해 6월 삼성SDI에서 인사차장을 하던 사람이 삼성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어요. 자신이 회사의 지시에 따라 노동자들을 미행, 감시, 납치, 도청했다고 폭로하면서 삼성의 사과를 요구했어요. 근데 양심에 따라서 한 일이 아니라 삼성한테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서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돈을 더 받아 냈다는데, 그 뒤로는 연락이 안 돼요.


“너 하나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

복수 노조가 허용되지 않던 때에는 유령 노조를 만드는 것으로 간단하게 노조 설립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시청에 가면 이른바 ‘시청 지킴이’라는 자들이 있어요. 두세 명이 한 조로 시청 문 열기 5분 전에 출근하고 시청 문 닫고 5분 뒤에 퇴근합니다.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정규직입니다.  삼성은 이들에게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신고를 하러 오면 그 자리에서 제압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청의 도움을 받고 본사에 연락하라고 합니다. 제압하라는 건 납치, 감금하라는 소리입니다. 전 계열사의 사업장이 있는 시청, 군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입니다.


2000년에 삼성에스원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청에  노조 설립 신고를 했습니다. 먼저 신고된 노조는 없었어요.  그런데  하루가 딱 지나고 나니까, 다른 노조가 서울 강남구청에 15분 먼저 설립 신고를 한 것으로 돼 있었어요.   전국에 삼성에스원 지사가 있으니까 가능 하거든요. 호텔신라 노동자들도 서울 중구청에 노조 설립 신고를 했는데,  다른 노조가 노동부에 10분 먼저 신고했다고 해서 설립 신고가 반려됐습니다. 행정 관청과 결탁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설립 신고를 하면 행정 관청 담당자는 그날로 없어져요. 출장을 가거나 교육을 받으러 간 걸로 위장을 하고 노동자들의 항의를 피하는 거죠. 그리고 삼성은 노동자들을 납치하고 감금해서 노조 설립 포기 각서를 쓰게 하고 퇴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노조 설립 주동자들을 무력화시키는 거예요. 한 노동자는 2주일 정도 끌려다니다 지리산 중산리까지 갔는데, 거기서 그러더래요. “여기에서 너 하나 죽여서 땅에 파묻어도 아무도 모른다.” 순간 소름이 쫙 끼치고 식은땀이 나더랍니다. 정말 자기가 납치돼서 여기까지 끌려왔다는 걸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힘이 빠진 나머지 포기하게 됐답니다.


인간성을 완전히 짓밟는 겁니다. 한번 납치돼서 노조 포기 각서와 사직서를 쓴 노동자들은 자기가 살던 지방을 떠나야 돼요. 울산에 있던 분이 지금 구미에 살고, 수원에 있던 분이 지금 원주에 살고 있습니다. 옛날을 완전히 잊어버리려고 해요. 인간성을 완전히 타락시키는 짓입니다. 돈 많이 받고 나오면 참 좋겠다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받은 돈은 다 헤프게 나갑니다. 명예 퇴직금 받아서 성공한 사람 없듯이 노조 포기를 대가로 받은 돈으로 성공한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노무 관리 지침서

삼성에는 ‘노무 관리 지침서’라는 것이 있습니다.  비서실에서 이걸 만들어 각 계열사로 보내면 계열사는 실정에 맞게 개정해서 이행합니다. 1989년 노사 관리 기본 지침의 예를 들면  1단계에서 11단계까지 노동자들을 감시, 탄압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록 돼 있습니다. 누가 새로 입사하면 경찰에 문의를 해서 그이의 내력을 쫙 뽑습니다. 과거에 어느 직장에 있었는지, 노조 활동을 했는지, 대학생 출신이라면 학생 운동을 했는지 등을 철저하게 파악합니다. 화장실에 낙서로 불만을 써 놓으면 그 사람을 찾아낼 정도입니다. 삼성코닝에서 노무 관리를 하던 분이 1997년에 《어느 삼성 노사관리자의 참회》라는 책을 펴냈는데, 그 책에도 삼성의 노무 관리 지침서에 대한 얘기가 있습니다.


노무 관리 지침서에 각목을 준비하라는 내용도 있어요. 계열사마다 각목을 260개씩 준비하래요. 그런데 ‘초일류 기업’ 삼성에서 백주대낮에 각목을 옮길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다 퇴근하고 난 밤중에 비밀리에 올리라는 내용도 있죠. 각목만이 아닙니다. 안전모, 방풍 안경 등 개인 방호 장비, 무전기, 호각, 삐삐, 통신 장비, 차량 관련 기동 장비, 각목, 가스총 등 저지 장비와 구사대용 머리띠까지 있습니다. 머리띠에 적을 구호도 정해 놨습니다. “단결! 우리 회사는 우리가 지킨다.” 이런 식으로 어용 구사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998년에 집회 신고를 하려고 사전 답사 차원에서 수원 삼성전자 정문 쪽에 가서 밥을 먹었어요. 식당 주인아저씨한테, 삼성 사람들이 많이 올 테니까 장사 잘되겠다고 하니까, 장사 안 된대요. 회사 근처에서 술 안 마신답니다. 몇 사람 모여서 얘기하다 보면 회사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데, 다음 날 출근하면 인사과에서 부른답니다. 온종일 일은 안 시키고 면담을 빙자해서 사람의 진을 빼는 거죠. 불러서 왜 그런 얘기를 했냐고 따져 묻기 때문에 술을 마시더라도 멀리 시내로 들어가서 한답니다. 삼성의 노동자들은 관리와 통제의 대상일 뿐입니다. 삼성 노동자들이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서 한다는 것은 삼성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삼성의 노무 관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MJ사원’

IMF 외환 위기 전까지 삼성 노동자들한테는 평생직장에 대한 개념이 있었어요. 근데 외환 위기를 지나면서 6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말은 명예퇴직이지만 사실상 정리 해고로 직장을 잃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 강도가 강해졌어요. 수원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박종태 씨라는 분이 계십니다. 삼성에서 일한 지 23년쯤 됐는데, 2007년 11월에 한가족협의회(노사협의회) 위원에 뽑혔어요. 그런데 임기가 2년인데 1년 만에 한가족협의회 위원장한테 면직당했습니다. 다시는 한가족협의회 위원으로 출마할 수 없게 해 버렸죠. 삼성에서는 한가족협의회 위원들을 해마다 외유 관광을 보내 줍니다. 말로는 현지 공장 시찰이지만 전부 유흥을 즐기는 것뿐입니다. 그런 식으로 회유해서 한가족협의회 위원들만 휘어잡으면 회사는 공장 안의 무슨 일이든 합리화할 수 있으니까요. 


그때는 인도로 갔는데, 박종태 씨가 거부했답니다. 그럴 돈이 있으면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서 쓰라고 주장한 거죠. 그리고 정리 해고와 관련해서,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명예퇴직을 시키지 말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미운털이 박힌 겁니다. 한가족협의회 위원들은 대부분 회사 앞잡이입니다. 회사에서 법인 카드를 받아서 막 쓰고 다닙니다. 술 마시면 영수증 처리 다 해 줍니다. 그러면서 회사의 인사과가 할 일을 대신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다른 위원들이 보기에 박종태 씨가 껄끄러웠죠. 그래서 한가족협의회 위원장이 박종태 씨를 제명한 겁니다.


회사는 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문제 사원’으로 박종태 씨를 딱 찍어 외국으로 출장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몸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진단서를 떼서 제출했는데, 관리자가 ‘그 정도는 그 나이에 다 걸리는 병’이라고, 상관없으니까 출장을 가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출장을 안 가겠다고 하니까 책상을 뺐답니다. 그러고는 그룹장 옆 빈 책상에 의자 하나 갖다 놓고 하루 8시간을 꼬박 앉혀 놨대요. 화장실 갈 때도 보고를 하고 가라고 할 정도였으니 아주 환장하는 거죠. 스스로 회사를 나가라는 얘기였는데, 이분이 계속 버티다가 결국 신경정신과 병원에 입원 치료까지 받게 됐습니다.


이분은 지금 제조 라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찍히다 보니 연봉도 최하위 고가를 받았어요. 원래는 품질 관리 부서에서 외주 하청사를 상대하는 일을 했는데, 지금은 제조 라인에서 46인치 털레비전을 상자에 넣고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종이 상자를 만지는 일이니까 간단할 것 같지만 굉장히 힘들답니다. 특히 이분은 목 디스크가 있어서 더 힘든데, 끝까지 버텨 보겠다고 있는 겁니다.


  회사는 노동자를 한번 찍으면 아주 집요하게 탄압합니다. 노무 관리 지침서를 보면 ‘MJ사원’이라는 말이 나와요. 박종태 씨같은 ‘문제 사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문제’를 발음 그대로 영어로 쓰면 ‘MunJe’니까 ‘MJ’라고 하는 거죠. 문제 사원들은 특별한 관리를 합니다. 예를 들면 점조직 같은 거죠. 임원이 되면 ‘MT’라고 부르는 모니터 요원, 문제 사원을 감시하는 프락치를 두 사람은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서장은 자기 부서에 한 사람 또 확보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중 삼중으로 프락치를 심어 놓고 서로 모르게끔 합니다. 프락치는 7년 이상 근속한 상당히 모범적인 사람으로 뽑습니다.  이 런 식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삼성에 노조는 없지만, 1년 365일 삼성은 노동자들과 전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삼성에서 회식하는 날

삼성에서 노조 얘기를 하면 임원이고 관리자고 간에 거의 발작을 일으킵니다. 내년에 복수 노조가 허용될 것을 대비해서 지난해 11월부터 전 계열사에서 특별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 모토가 이렇습니다. “2011년 복수 노조 시행에 대비하여 비노조 경영 철학을 신념화하고 창립 40주년 신비전 달성을 위한 임직원들의 의지와 열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 임직원 특별 교육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까지 한 6만 5천 명을 1박 2일 일정으로 다 교육했습니다. 그러니까 삼성은 족벌 세습 경영을 위해서, 자기들의 이윤을 위해서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부정하고 있는 겁니다.


옛날 같으면, 그런 교육을 하면 노동자들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재밌는 일이 있었답니다. 한 계열사에서 변절한 노동운동가를 불러서 강연을 했대요. 그런데 중간에 한 노동자가 일어나서 삼성 노동자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저런 변절자를 데려다 놓고 강연을 하냐고, 당장 나가라고 해서 쫓아냈답니다.


삼성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 없습니다. 특별하게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연봉을 6, 7천만 원 받는다고 하면,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4, 5천만 원밖에 못 받느냐? 아닙니다. 그 이상 받아요. 그럼 현대중공업은 어떻게 되느냐? 거긴 더 받습니다. 삼성 노동자라고 유별난 것은 없습니다. 단지 삼성이 홍보를 통속적으로 참 잘하는 거죠.  “또 하나의 가족”이니 “함께 가요 희망으로”니 하면서 광고를 하면, 삼성 노동자들의 실상을 모르는 국민들은 물론, 현장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착각을 하게 됩니다.  마치 자기네들이 대한민국 노동자 가운데 최고 대우를 받는 것처럼 착각하는 거죠.  그리고 삼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날은 삼성 노동자들이 회식하는 날입니다. 기숙사에 앉아서 텔레비전 보고 있지 못하게 단체로 회식하러 나가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삼성 노동자들이 삼성 밖에 있는 분들보다 삼성에서 벌어지는 일을 더 모르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착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삼성의 ‘삼’자도 꺼내지 마라”

최근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많이 얘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ISO26000이 새로 만들어져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에 인증서를 주기로 했습니다.  ISO26000의 7개 핵심 이슈는 바로 환경, 인권, 노동 관행, 조직의 지배 구조, 공정한 운영 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 사회 참여, 그리고 사회 개발입니다. 환경, 노동, 인권 등에 대해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면 국제 무역 거래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ISO에 가입 돼 있어서 담당자들이 고민이라고 합니다.


  왜냐고요? 삼성 때문이죠. 삼성 공장 주변의 환경 오염이 엄청납니다. 대표적으로 저희가 확인한 게, 울산에 있는 삼성SDI 공장입니다. 공장 앞에 저수지가 있는데, 물이 완전히 썩었습니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논에는 벼는 자라는데 알갱이가 없습니다. 노동자들의 인권과 결사의 자유를 무시하고 탄압하고 있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죠. 그러니 삼성 때문에 참 골치 아픈 겁니다. 지금은 삼성반도체가 잘 팔린다고 하지만,  삼성의 이런 행태 때문에 언젠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실상을 가리고 있던 껍데기가 벗겨지게 되면 곧장 위기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얘기 아시죠? 어제 백혈병 피해자 가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농성을 했는데, 그 까닭은 이렇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피해자들에 대한 산재 승인을 하지 않고 있어서 가족들이 행정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근로복지공단이 소송 당사자인 경인지역본부에 공문을 보내, 삼성에 공동 대응을 요구하라고 했습니다. 그 공문에는 “삼성전자는 이 소송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신속히 해당 법원에 보조 참가인으로 동 소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조치하기 바란다”고 써 있었습니다. 삼성의 힘을 빌려서 소송을 이겨 보겠다는 거죠. 그래서  근로복지공단이 삼성과 결탁해서 우리나라 3대 로펌 가운데 하나라는 율촌에서 변호사 여섯 명을 샀답니다.


그 사실이 밝혀져서 근로복지공단에 “너희가 삼성복지공단이냐” 하고 항의하러 갔는데, 이번에는 대접이 좋았어요. 밥도 사 주고, 민원실에서 밤새는데, 깔개도 갖다 주고. 백혈병 피해자가 늘어나서 여론도 안 좋아지고 국정 감사도 들어가니까 그런 거겠죠. 누가 보더라도 직업병이 아닐 수 없거든요. 한 라인에서 두 사람의 꽃다운 여성들이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한 회사에서 한두 명이 아니라 무려 100명 가까이 백혈병 환자가 늘어났고, 그 가운데 돌아가신 분들이 32명입니다.


2007년부터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삼성은 꿈쩍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공론화가 좀 됐어요. 그래서 그 과정을 주도해 온 단체인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의 활동가 공유정옥 씨가 올해 미국공중보건학회 산업안전보건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APG자산운용을 포함해 여덟 곳의 해외 기관 투자가가 삼성에 공동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안전 교육은 제대로 하는지, 퇴직한 노동자들이 병에 걸렸을 때 어떤 조치들을 취하는지 등 여섯 가지 질의를 했습니다.  삼성은 기흥공장 제조 라인을 언론에 공개하고, 국내외 전문가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반도체 생산 라인 근무 환경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볼 때는 ‘쌩쇼’를 하고 있는 거죠.


그렇게 재조사를 하겠다고 얘기하는 와중에 3월 31일 충남 온양에 있는 삼성반도체의 여성 노동자, 23살의 박지연 씨가 운명하셨습니다.   삼성이 박지연 씨의 어머니한테 행정 소송을 포기하면 보상을 해 주겠다고 해서 어머니가 합의를 했어요 . 우리는 몰랐습니다. 나중에 어머니한테 얘기를 들어 보니까, 딸이 딱 죽고 나니까 만사 다 끝났다고 생각하셨대요.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는 것도 없고. 근데  회사에서 사람이 와서 “이제 좀 편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어떻게 하겠습니까. 언론이나 민주노총이나 김성환 같은 놈 만나지 말고 행정 소송 취하하시면 충분히 보상하겠습니다” 하는 얘기를 했다더군요.


백혈병에 걸리면 치료비가 기본적으로 1억 원이 넘게 들어갑니다. 한 가정의 기둥뿌리가 뽑히는 거죠.  부모 입장에서는 물론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당장에 치료 때문에 빌린 돈을 갚을 일이 걱정인 거죠. 행정 소송을 했지만 대법원 판결까지는 적어도 3년은 걸린답니다.  삼성에서 그동안의 치료비도 다 갚아 주고 집까지 새로 지어 주겠다고 했대요. 그래서 삼성과 합의를 한 겁니다.


그런데 자꾸만 따님 생각이 났대요. 어머니가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시는데, 일주일 동안 휴가를 얻었대요. 그런데 사흘만 쉬고 일했답니다. 일을 할 때는 잊어버리니까.  딸하고 단 둘이서 살았는데, 일 끝나고 집에 오면 무서운 거죠. 그러니까 만날 술을 마시고 술기운에 겨우 주무시면서, 사람이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셨대요. 돈이야 자기가 벌어서 갚으면 되는데, 몇 푼 목숨 값에 딸을 팔았다는 죄책감을 느끼신 거죠. 그래서 어머니가 양심선언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퇴직한 상태에서 백혈병이라든가 뇌종양에 걸린 노동자들한테는 삼성에서 한 번도 안 찾아왔답니다. 회사하고 아무 상관없다는 얘기죠. 그리고  근무 중에 백혈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삼성에서 제일 먼저 하는 짓거리는 사직서를 받는 일이에요 .   자기들하고 관계없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것입니다.


  지난해와 지지난해에는  30대 중반의 삼성전자 연구원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사람은 폴란드에서 자살하고 또 한 사람은 중국 톈진에서 심근경색으로 죽었습니다.   자살하는 사람은 사전에 징조가 있지 않겠습니까? 폴란드에 간 지 며칠 만에 자살했는데 가족들 얘기는 전혀 그런 징조가 없었대요. 근데 회사에서는 같이 간 동료들의 연락처도 안 알려 준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당연히 동료들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저 자살이라고 하니까 그렇게만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가족들이 같이 폴란드에 갔던 동료들의 증언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 톈진에서 돌아가신 분에 대해 삼성에서 하는 얘기는 담배를 많이 피워서 죽었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면서 금연 운동을 벌였답니다. 그리고 시신이 있는 영안실에 와서 부인한테 돈 계산을 하고 갔답니다.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는 상해 보험을 들어 줍니다. 사망하면 거기서 4천만 원 정도 나오는 모양인데, 영안실에 와서 그 계산을 하고 간 겁니다. 부인이 기가 막히죠. 남편이 출장을 가서 호텔에서 죽었으니 업무상 산업 재해로 인정받기를 바랐는데, 회사에서는 개인 질병으로 죽은 거라고 돈으로 끝내려고 하니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습니까? 결국 부인이 싸워서 지난해 8월에 산재로 인정받았습니다. 제가 그 부인한테 전화를 드렸는데, “삼성일반노조 김성환입니다” 하고 소개를 하니, 자기한테 삼성 ‘삼’자도 얘기하지 말라고, 이가 갈린다고 얘기하더군요.


모두가 정직했으면 좋겠다?

삼성의 아킬레스건은 두 군데입니다.  하나는 이씨 족벌의 세습 경영, 다른 하나는 무노조 경영입니다.  무노조 경영은 노무 관리 지침서에 따라 불법적이고 폭력적으로 무자비하게 자행됩니다.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대로 족벌 세습 경영을 위해 비자금과 차명 계좌를 조성하는 등의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삼성 준직원화’ 때문입니다.  


보통 기업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에만 연관되는 기관에 뇌물을 주잖아요. 하지만 삼성은 별일 없어도 정기적으로 상납합니다.  예를 들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서 구청 노동계장 같은 사람들한테 정기적으로 뇌물을 주면서, 뇌물이 아니라 월급을 받는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겁니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자기는 삼성의 준직원이라는 의식을 갖게 만드는 거죠. 김용철 변호사가 자기가 양심선언을 하면 여기저기서 양심선언이 이어질 줄 알았대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삼성의 거대한 로비로 엮인 공범들 이기 때문이죠.  삼성의 불법 세습과 비자금 조성, 세금 포탈 등에 대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면 삼성이 좀 위축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오히려 삼성의 힘이 세졌습니다. 불법 비리가 폭로되면서 이건희가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는데도 힘이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기고만장해졌거든요. 지난해 8월에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12월 31일에 이명박 정권이 이건희를 사면했습니다. 저도 연도는 다르지만 같은 달 같은 날에 특별 사면으로 나왔습니다. 이건희는 사면과 복권이 동시에 됐는데, 저는 사면만 되고 3년이 지났는데도 복권이 안 됐어요.


자숙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자기 아버지인 이병철 탄생 100주년 기념식인가에서 이건희가 이런 얘기를 했잖아요. “모두가 정직했으면 좋겠다.” 저는 뒤로 발라당 자빠질 뻔했습니다.  저 인간이 얘기하는 정직함이 도대체 뭔가 싶었습니다. 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짓밟고, 비자금을 챙기고, 족벌 세습 경영에 세금까지 떼먹으려고 판검사, 정치 무뢰배들한테 돈을 뿌리는 게 이건희가 말하는 정직인가요? 그런 사회가 정직한 사회라면 우리가 이 사회를 거부해야죠.  삼성은 자본주의 대한민국의 정점에 있는 권력입니다. 자본의 논리로 삼성을 공격한다면 결코 삼성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에도 질서가 있는데 삼성은 그 질서마저도 짓밟고 있거든요. 경영을 투명하게 해라, 세금 낼 거 내라 하는 요구도 자본주의적인 질서에 지극히 충실한 것들입니다. 근데 삼성은 이미 판검사들을 준직원으로 만들어서 얼마든지 빠져나갈 방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론이 들끓으니 그 순간에는 물러나겠다고 약속하고 8천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니 어쩌니 했지만, 그 돈 8천억 원은 지금 다 어디 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자본의 논리로 삼성을 변화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마음, 노동의 마음으로 삼성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저들이 돈으로 모든 일을 한다면, 우리는 돈이 아니라 도덕적인 책임감, 감성을 가지고 삼성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 이 사회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경쟁 사회, 물신 사회, 돈의 가치가 모든 걸 결정하는 이 사회를 내 자식들한테 넘겨주는 건 참 끔찍한 일입니다. 그래도 인간이 인간의 자존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삼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삼성의 노동자들입니다. 물론 여기 계신 분들이 같이 힘을 합쳐야죠. 삼성 노동자들과 삼성의 관계는 결코 노사 관계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가니 제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서류가 이만큼 쌓여 있었습니다. 다 삼성 놈들이 써 보낸 거죠. 어느 집회에 몇 시에 도착해서 무슨 얘기를 했고 몇 분에 화장실 갔고 누구를 만났다, 쫙 써 있어요. 삼성 노동자들은 이건희를 상대로 싸우는 게 아니라 이건희를 비호하는 사복 권력, 공권력, 행정 관청, 언론, 그리고 이건희를 학문적으로 대변하는 학자 등 이 사회의 모든 악과 싸우는 것입니다. 삼성 노동자들의 싸움은 단순히 한 회사의 노사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삼성 노동자들이 이런 속에서 노조를 건설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지금 삼성의 여러 계열사에 노조를 건설하려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오늘 작은책에서 강연을 한다고 올라온 웹자보를 보고 아까 한 동지가 저한테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위원장님, 건투를 빕니다.” 이 노동자들이 지금은 미약하지만 언젠가는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노조를 건설할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때까지 저도 올곧게, 거침없이 여러분들과 같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질문과 대답

청중_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는 까닭은 뭘까요?

단순히 돈이 더 들고 덜 드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차명 계좌나 비자금 조성 같은 범죄 행위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을까요? 족벌 세습 경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단순히 비용 차원에서 이해하면 안 될 것 같고, 이른바 경영 철학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1977년에 김포에 있는 제일제당 여성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거든요. 그때 이병철이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자기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노조는 인정 못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자손들이 선친의 유지라면서, 지금도 삼성 계열사뿐 아니라 CJ, 신세계, 제일모직, 한솔 등 방계 회사들에도 다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시키고 있습니다.


무노조 교육을 하면서도 가능하면 노조란 말을 안 씁니다. 노무 관리 지침서를 보니까, 노조라는 말을 자꾸 들으면 노동자들이 무의식 중에 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한다는 거예요. 이 정도면 단순히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죠. 노동자는 오직 관리와 통제의 대상, 물건을 만들어 내는 기계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가치관의 문제죠.  청중_어머니가 삼성 제품을 주로 사는데, 노동자들이 친절해서 그렇대요. 그리고 친구들한테 삼성 제품 사지 말자고 하면,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가 망한다고 합니다. 삼성 불매 운동,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돈입니다. 돈줄을 끊어야죠. 그 돈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뇌물을 주는데, 삼성에 돈을 준다는 건 삼성과 공범이 되는 겁니다.  불매 운동을 통해 삼성이 문제의식을 느끼면 살아남기 위해서 변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불매 운동은 삼성을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을 국민의 기업으로 변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삼성반도체가 5조 원의 흑자를 봤습니다. 그런데 그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죽은 사람이 32명입니다. 일단 알려진 수만 그렇고,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죽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리 돈을 번다고 해도 누군가의 목숨과 바꿔 돈을 번 사람한테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 축하한다” 하고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사회라도 그럴 수는 없잖아요.


어머니한테 삼성 노동자들이 왜 친절할 수밖에 없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친절하지 않으면 잘려요.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서비스 평가 전화가 오면 만족했다고 대답 좀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 보셨을 거예요. 그분들 다 비정규직이에요. 인사 고과에 따라 하루아침에 잘릴 수도 있어요. 기분이 좋아서 나오는 친절이 아니라, 안 잘리고 먹고살기 위해서 나오는 처절한 친절입니다.


청중_삼성 노조는 과연 언제쯤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요?


지난 7월 삼성SDS에서 일하는 최아무개 차장이 사내 전자 우편을 통해, 노조을 건설하자는 글을 보냈습니다. 회사에서는 40분 만에 최 차장의 글을 지우고 “회사 자산을 통해 사적인 이유와 목적을 위해 근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회사의 시설을 업무와 관련해서만 사용하고 성실하게 근무에 임할 것을 경고한다”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강력하게 조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왔습니다.


노조를 만들자는 글은 심심치 않게 올라옵니다. 그런데 2003년에 삼성SDI의 한 노동자는 노조 만들자는 글을 올렸다가 징계받았어요 . 위에서도 핑계로 삼은 것처럼 회사 기물을 사적인 목적에 썼다는 거예요. 삼성의 사내 통신망에는 누가 며칠날 이사간다, 언제 어디로 낚시 가자 하는 글들도 엄청 올라오거든요. 근데 노조 얘기를 하면 사적인 목적이라고 징계한다는 것은 발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최 차장이 글 끝에 “도청을 하려면 하라지요. 미행을 하려면 하라지요” 하고 자조적으로 썼어요. 하지만 최 차장은 무사합니다. 삼성 노동자들이 과거에는 단순히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동시대의 노동자들이 겪는 여러 문제들로부터 삼성 노동자들도 자유롭지 않은 거죠. 워낙 탄압이 거세기 때문에 어려움은 크지만 삼성 노조가 만들어지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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